유치원생들의 베스트셀러 「알사탕」 (feat.알사탕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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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살 아이와 지내는 엄마, 아빠라면 백희나 작가란 이름이 익숙하다.

그녀를 대표하는 작품이 여럿 있지만 나는 그 중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을 우선 꼽는다. (많은 부모가 나와 비슷할 듯)

어린이 도서라면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인 책들이라 진작 우리 집 책꽂이에 한 자리를 차지한 녀석들이다. 그만큼 아이와 많이 읽은 책이기도 하다.

좋은 기회로 「알사탕 뮤지컬」 공연 소식을 접했다. 아이의 의사를 물어보니 역시나 단숨에 ‘OK’이다.

별가루와 관람한 「알사탕 뮤지컬」은 원작의 유명세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간혹 원작에 못 미치는 공연이 더러 있지만 「알사탕 뮤지컬」은 그런 염려를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좋은 작품이었다.


한국 아동 문학의 큰 별, 백희나 작가

‘엄마, 아빠가 아니라면 백희나 작가는 생소한 인물이다.’ 이 명제는 참이다.

반면 이 문장의 역(逆)‘엄마, 아빠라면 백희나 작가는 유명한 인물이다.’라는 명제 또한 참일 확률이 높다.

그녀는 「알사탕」, 「장수탕 선녀님」, 「달 샤베트」, 「구름빵」 등의 여러 대표작을 손수 만들어 낸 아동문학계의 거장이다.

3년 전 2020년에, 아동 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ALMA)을 수상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아동 문학 관련한 상을 받은 뒤, 올해 2023년 6월에 「알사탕」으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아동 문학상 ‘프레미오 안데르센’ 상도 받았다.

알사탕 뮤지컬 소개 포스터


백희나 작가는 책의 삽화로 쓰이는 캐릭터는 물론 그 배경들도 손수 만들어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 클레이로 완성한다.)

정성스레 마련한 그림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는 그녀의 그림책이 왜 그토록 사랑받는지 읽어본 이들은 공감한다.

「알사탕」 줄거리

내성적인 동동이.

9실 동동이는 수줍음이 많아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다. 책 속에 동동이와 노는 단짝은 집에서 기르는 구슬이라는 강아지뿐이다.

구슬치기를 좋아하는 동동이는 새 구슬이 필요해 문구점을 찾고, 구슬이라고 집어 든 것은 알고 보니 알사탕이었다.

비록 새 구슬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든 알사탕을 계산하는 동동이. 그리고 하나를 꺼내 입에 넣는데 그때부터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

알사탕을 먹고 기르던 강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주인공 동동이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특별한 소리가 동동이 귀에 들린다.

거실에 있는 소파는 옆구리에 낀 리모컨이 너무 아프다며 빼달라고 한다. 또 다른 사탕을 먹으니, 이번엔 강아지 구슬이가 말을 한다. (정확히는 구슬이의 말을 동동이가 알아듣는다.)

이렇게 문방구에서 산 알사탕들을 먹으며 동동이가 듣고 겪는 해프닝들을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로 잘 꿰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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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알사탕 뮤지컬」은?!

「알사탕 뮤지컬」은 원작에 충실하다. 일부 각색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위화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일부에 그친다.

3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연기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주인공 동동이 역을 맡은 배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히 연기한다.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구슬이 역을 맡은 배우는 과하지 않고 절제된 깔끔한 연기를 보여준다.
문방구 할아버지(동동이 아버지)를 맡은 배우는 아이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며 즐거운 변주를 담당한다.

알사탕 뮤지컬 티켓 및 무대 장면


3명의 배우에게서 아주 조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균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유지한다.

별가루가 제일 즐거워했던 장면은 역시나 동동이가 구슬을 먹고 소파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어떤 장치를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무대 위 소파가 정말 움직였다. 사람 입 모양처럼 말할 때마다 쿠션이 오르락내리락했는데 신기했다. 아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재미였을 테다.

알사탕을 먹고 소파와 이야기를 나누는 주인공 동동이


“너희 아빠한테 제발 소파에서 방귀 좀 뀌지 않게 전해줘!”라는 소파의 능청스런 한마디는 공연장에 온 아이들의 함박웃음을 끌어냈다. 별가루도 예외는 아니었다.

「알사탕 뮤지컬」을 보던 중 내 가슴 정중앙이 먹먹해진 장면도 있다.

잔소리쟁이 아빠의 마음속 이야기가 동동이에게 전해지는 대목이다.

‘숙제했냐, 양치 깨끗이 했냐, 구슬이 산책은 시켰냐, 내일 학교 갈 책가방 다 쌌냐, 자기 전에 물 먹으면 화장실 가고 싶다….’ 끝없이 이어지는 아빠의 폭풍 잔소리.

이런 아빠가 미워 침대에 누운 동동이는 몰래 알사탕을 먹는다. 이때 들려오는 작은 속삭임.

‘ㅅ.. ㅅ… ㅅㄹ.. ㅅㄹ… ㅅㄹㅎ. ㅅㄹㅎ… 사랑해.’

주방에서부터 (설거지를 하는 아빠로부터) 빼꼼 열린 동동이 방으로 이 속삭임이 들어온다.

나는 아이와 「알사탕」 책을 읽을 때도 이 부분이 좋아서 일부러 힘주어 별가루에게 읽어준다. (천천히 길게)

잔소리 하던 아빠의 속마음 '사랑해'란 소리를 듣게되는 동동이


이 부분의 무대 연출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핀 조명 하나가 누워있는 동동이를 비추고 주위는 새까맣다. 이때 사랑한다는 글자 조명이 무대를 한 바퀴 돌고 객석 전체를 돌아다니며 비춘 뒤 다시 무대로 돌아와 동동이 마음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아빠의 나지막한 노랫말이 어두운 공연장을 메웠다. 나는 넘치는 공감으로 마음 한편이 먹먹해졌다.

「알사탕 뮤지컬」은 아이의 웃음과 아빠의 뭉클함이 잘 섞인 칵..테.. 아니, 무지개 같은 공연이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책, 「알사탕」

2살 무렵부터 여태껏 (60개월) 참 많은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었다.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은 책은 특히 셀 수 없을 만큼 반복해 읽은 것도 많다.

조금 모순되게도 아이와 읽는 그림책을 고르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대여 또는 구입할 때)

그림책을 소비하는 주체는 아이이나 그 결정권은 부모에게 있다. 나는 그래서 책을 고를 때 일부러 조금 더 고민한다. (내 선택대로 아이가 읽게 된다는 이유로.)

‘표현이 적절한가?’, ‘무슨 교훈이 있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림은 예쁜가?’, ‘글밥은 적당한가?’ 등 다양한 요소를 따져본다. (퇴근 후 아이와 보내는 시간, 그 중 뛰놀기가 더 좋은 아이와 책을 같이 읽는 시간은 아주 한정적이라, 대충 시간을 때우는 태도는 아깝다는 생각이다.)

여러 고려 요소 중, 내가 가장 고려하는 것은 ‘최근 아이의 관심사와 통하는 책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오늘 밤 잠자리에서 ‘아이와 책 읽기’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다.

그 많은 책을 고르며 했던 고민 중 나는 한 번도 ‘나한테 재밌나?’, ‘나한테는 어떤 여운을 전해줄까?’ 같은 것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런 필요 자체를 무의식적으로 고려치 않았다.) 그런데 백희나 작가의 책들은 그것을 읽는 엄마, 아빠에게도 말을 건넨다.

대표적으로 「알사탕」이 그렇다.

이제는 너무 많이 읽어, 아이는 「알사탕」을 잘 고르지 않는다. 나는 은근슬쩍 「알사탕」을 아이가 골라온 책 사이에 섞어두지만 아이는 그 순서가 되기 전 책을 읽다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