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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천명 시골까지 '쿠세권'… 쿠팡, 中공습에 맞선다

박창영 기자
입력 : 
2024-03-27 17: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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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망 확충에 3년간 3조 투자
배송효율 높이는 자동화 확충
전국 70%인 로켓배송 지역
3년내 88%까지 확대 나서
1.5조원 투자 발표한 中알리
이번에는 입점 수수료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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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미취학 자녀를 위한 장난감을 쿠팡에서 주문해 다음 날 아침 배송받았다. 도계읍은 해발고도가 1000m 넘는 태백산맥 고봉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아동용품은 물론 생필품과 식품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시내에 갈 때 마음먹고 한 번에 장을 봐야 했다. 인구가 9000명까지 감소하며 사실상 대부분 유통업체가 손놓은 이 지역에 로켓배송이 가능해진 이후 한 달 주문 건수가 5000건에 달한다. A씨는 "오전에 주문한 물건이 저녁에 도착하기도 하니, 생활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직구 앱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강화되는 가운데, 쿠팡이 27일 향후 3년간 3조원을 투자해 신규 물류센터를 짓는 등 물류망 확충과 로켓배송 전국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쿠팡의 투자계획이 공개되자마자 알리는 K-Venue(케이베뉴)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내년 6월까지 지속하고 국내 판매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3년간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한국 시장을 놓고 쿠팡과 알리 등이 '쩐의 전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투자금은 물류센터 신설뿐 아니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과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에도 투입된다. 쿠팡은 먼저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를 짓는다. 경북 김천, 충북 제천, 부산, 경기 이천, 충남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에서 물류센터 착공과 설비 투자가 이뤄진다. 광주와 대전에서는 올해 물류시설 운영을 시작하고, 부산과 이천 물류센터는 올해 2분기 착공하며, 김천과 제천에서는 각각 올해 3분기, 4분기 공사에 돌입한다.

쿠팡 투자 계획의 핵심은 로켓배송의 전국 확대다. 로켓배송은 4990원의 월회비만 내면 무제한으로 무료 신속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반품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로켓배송 가능 지역(쿠세권)은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중 70%(182곳)에서 2027년부터는 88%(230곳)로 확대된다. 한국 인구 중 대부분인 5000만명이 쿠세권에 편입되는 것이다.

쿠세권에서는 쿠팡이 직매입한 대부분 상품을 신속 배송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로켓배송이 확대되면 지방 도서산간지역 주민도 물건을 편하게 배송받고 반품할 수 있다. 도서산간지역에 추가로 부여되는 3000~5000원의 배송비가 사라지고 4000~5000원의 반품비도 없어져 소비자 부담이 줄어든다. 인구소멸지역에서는 시내 또는 읍내 마트를 찾아가도 기저귀 등 육아용품은 재고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로켓배송을 통해 하루 만에 구입할 수 있다. 이날 쿠세권 신규 편입이 발표된 전남 구례, 대구 군위 등 인구 3만명 선이 붕괴된 지역에서도 일본·중국·홍콩·미국 등 해외직구, 로켓럭셔리를 통한 명품 뷰티 상품 구매 서비스 등을 3년 안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쿠팡은 로켓배송 확대가 지방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규 물류센터마다 수백~수천 명의 고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 쿠팡과 쿠팡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지난 1월 말 기준 7만137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비서울 지역 물류센터 인원만 5만2798명에 달한다.

이날 쿠팡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직구 앱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알리는 지난 2월 기준 국내 온라인 종합쇼핑몰 월간이용자(MAU) 수에서 쿠팡 다음인 2위(와이즈앱·리테일·굿즈 자료)에 자리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또 알리는 지난 18일부터 케이베뉴에서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천억 페스타'를 시작했고, 10억원 상당의 전용 쿠폰을 제공하는 '10억 팡팡 프로모션'을 마련하는 등 돈을 쏟아붓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쿠팡과 알리의 치열한 경쟁은 예견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힌 상황에서 중국계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직구 쇼핑 플랫폼, 이른바 'C커머스'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침투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누적 적자가 6조원에 이르는 쿠팡이 3조원 규모 신규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은 물류망과 익일배송 확대 등을 통해 C커머스 진입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쿠팡과 알리가 대규모 투자 경쟁을 벌이자 나머지 유통사 관계자들은 "불황 때문에 물류망 등 인프라 구축에 조 단위 신규 투자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최저가, 프로모션·이벤트 경쟁도 훨씬 치열해질 텐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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