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道·LH 사태에'…국회서 사라진 실거주의무 폐지 논의

[부동산 포커스]
이달 국토위 규제완화 법안 논의하지만
여·야간 정쟁 격화에 뒷전으로 밀려있어
전매제한 완화후 분양권 거래 증가 추세
"주거사다리 측면, 실거주의무 폐지해야"
  • 등록 2023-08-09 오후 6:04:40

    수정 2023-08-09 오후 7:03:44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정부 발표만 믿고 분양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은데 실거주의무 폐지는 글쎄요. 국회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에 LH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아예 이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물건너 가는 모양새입니다.”(한 부동산 전문가)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 법안인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수개월째 표류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여·야간 정쟁이 격화하면서 민생 부동산 법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실거주의무 폐지법안은 전매제한 완화 이후 분양권 거래가 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실거주의무 폐지법안을 두고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9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달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건 실거주 의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다.

앞서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매제한과 패키지 법안인 실거주의무 폐지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전매제한 해제로 아파트를 팔 수는 있어도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현행법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규제를 시행한 지난 2021년 2월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해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는 단지는 총 66곳, 4만4000가구에 달한다. 특히 정부의 규제 완화 수혜로 청약 완판에 성공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등이 연말부터 줄줄이 전매제한이 풀리지만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 전세로 잔금을 마련할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다.

특히 정부가 지난 4월 전매제한을 완화하면서 입주권·분양권 거래가 대폭 늘었지만 실거주의무가 남아 있어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4월 56건 △5월 80건 △6월 85건 △7월 51건을 기록했다. 7월 거래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월 한자릿수 거래를 이어가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전매제한과 패키지 격인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아 거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은 “거래 활성화와 시장 정상화 측면에서 실거주의무는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며 “실거주의무 폐지를 통해 매물 증가와 거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집값 폭등기에 집을 사지 못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몇억씩 오른 집값을 따라잡을 수가 있겠느냐”며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하려는 1주택자가 들어가 살지 않고 전세를 준다고 해서 투기세력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주거 사다리 측면으로 보고 불편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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